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던 모르페우스 또한 레베카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밸런스 유지를 위해 플레이어의 성장을 제한하면, 세계는 너무나도 쉽게 멸망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레베카의 권한을 풀어주면, 그녀는 세계를 지키려다가 극단적인 데이터만을 남긴 채 실패하곤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시뮬레이션 세계가 파괴된 뒤 모르페우스는 세계의 존속을 위해 ‘영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리드처럼 규격 외의 영웅이어선 안 됐다.
모르페우스가 제어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꼭두각시처럼 써먹을 수 있는 존재여야 했다.
제 입맛에 맞는 영웅을 길러내기 위해 모르페우스는 한때 그리드의 것이었던 아이템과 능력들을 조금씩 시뮬레이션 세계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모르페우스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시뮬레이션 세계가 유지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어느덧 수십개의 서버가 안정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이어가며 나란히 경주하기 시작하자,
모르페우스는 다음 단계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새로운 컨텐츠를 개방했다.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문, ‘차원의 문’을 연 것이다.
본래 각 시뮬레이션 서버의 독립성은 철저히 유지되어 왔다.
모든 서버는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지만, NPC와 플레이어의 선택이 쌓이며 환경과 이야기는 조금씩 다른 길로 갈라졌다.
흔히 평행우주라 불리는 이론과 매우 닮은 상태다.
그렇기에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면, 자신의 차원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NPC를 만나게 된다.
어느 세계의 후로이는 메로 상단의 앞잡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모르페우스는 플레이어들이 모든 서버를 넘나들 수 있게 하여, 어떤 환경의 시뮬레이션이 가장 적합한 영웅을 탄생시켰는지 시험하기로 했다.
플레이어 개개인의 성장세, 서버의 안정성, 단합력, 레베카의 개입 여부 등 여러가지 조건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영웅을 탄생시키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기로 한 것이다.
모르페우스가 정의한 영웅의 최소 조건을 달성한 이들은 다른 서버로 건너갈 수 있다.
이를 ‘차원 이동’이라 부르고, 다른 서버에 도달한 플레이어는 ‘차원 여행자’라 부른다.
차원의 경계가 열리자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길을 택했다.
누군가는 다른 차원의 플레이어와 손을 잡았고, 누군가는 다른 차원의 자원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모르페우스는 차원을 넘어간 이들의 그 어떤 행동도 제약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장기말을 바라보듯 관전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쌓아 올려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