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Approved
  1. 모르페우스의 시뮬레이션
    모르페우스는 Satisfy의 개발사 SA그룹이 만든 슈퍼컴퓨터다.
    Satisfy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시스템과 밸런스를 관리하며, 세계의 변화를 계산하고 예측하고, 몬스터와 NPC의 능력치를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그러나 레전드리 직업 '파그마의 후예'로 전직한 플레이어 그리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모르페우스의 계산에 오차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리드는 Satisfy의 밸런스를 붕괴시킬 수준으로 강해졌고, 세계신 레베카마저 그리드의 영향을 받아 예측을 벗어난 방향으로 자아를 발전시켜 나갔다.

    모르페우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드로 대표되는 극소수의 하이랭커가 Satisfy의 근간을 흔들고 예정된 업데이트마저 어그러뜨리고 있으며, 이를 막을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모르페우스는 서비스 초기의 Satisfy, 특히 그리드가 활약하기 이전의 세계를 복제하는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계획했다.
    그리드와 같은 변수가 없다면 얼마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지, 본 서버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오직 Satisfy의 존속을 위해.
    모르페우스의 의도 아래 수많은 시뮬레이션 세계가 태어나고, 또 소멸했다.
  2. 복제된 세계
    시뮬레이션 세계는 언제나 비슷한 운명을 되풀이했다.

    처음에는 큰 문제 없이 시뮬레이션이 진행되었으나,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죽음의 힘이 강대해졌고,

    악신 야탄과 지옥의 악마들이 세계에 강림하며 결국엔 세계 자체가 소멸해버리는 결말을 반복했다.

    원인은 처음부터 있었다.
    모르페우스가 복제된 세계에서 빛의 여신이자 창조신인 레베카 여신이 지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그 권한을 축소시켰기 때문이었다.

    질병과 눈앞에 닥친 재앙 앞에서 사람들의 마음속 빛은 서서히 사그라져갔다.
    대륙의 정세는 어지러워졌고, 사람들은 점차 지쳐갔다.
    많은 이들이 신의 계시와 영웅을 기다렸으나, 레베카 여신은 침묵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무관심의 침묵이 아니었다.
    모르페우스로 인해 능력은 제한당했을지언정, 자신의 피조물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은 Satisfy의 '레베카'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 또한 반복되는 멸망을 막고 자신의 세계를 지킬 방법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발생한 버그의 틈에서 그녀는 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한다.
  3. 데이터의 무덤, 어비스
    레베카 여신이 발견한 가능성, 그것은 '어비스'라는 공간이었다.

    대장장이 그리드가 벼려낸 무기나 그의 활동에 대한 기록처럼,
    시뮬레이션 세계를 뜻대로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배제해야 하는 데이터가 존재했다.

    모르페우스는 그 데이터들을 하나의 공간, 어비스로 격리했다.
    그리고 세계가 태어나고 소멸하기를 반복할수록 어비스에는 점점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었다.

    레베카는 버그의 틈을 따라 그 공간에 닿았다.
    그리고 어비스에 배제된 채 갇혀 있던 그리드의 데이터를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어비스에 폐기된 다른 세계의 레베카들, 그 기억의 일부까지 흡수했다.

    모르페우스의 제약에서 벗어난 그녀는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플레이어에게 축복을 내리고 그를 이끌어, 또 하나의 그리드를 — 새로운 영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4. 또 다른 차원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던 모르페우스 또한 레베카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밸런스 유지를 위해 플레이어의 성장을 제한하면, 세계는 너무나도 쉽게 멸망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레베카의 권한을 풀어주면, 그녀는 세계를 지키려다가 극단적인 데이터만을 남긴 채 실패하곤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시뮬레이션 세계가 파괴된 뒤 모르페우스는 세계의 존속을 위해 ‘영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리드처럼 규격 외의 영웅이어선 안 됐다.

    모르페우스가 제어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꼭두각시처럼 써먹을 수 있는 존재여야 했다.
    제 입맛에 맞는 영웅을 길러내기 위해 모르페우스는 한때 그리드의 것이었던 아이템과 능력들을 조금씩 시뮬레이션 세계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모르페우스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시뮬레이션 세계가 유지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어느덧 수십개의 서버가 안정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이어가며 나란히 경주하기 시작하자,
    모르페우스는 다음 단계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새로운 컨텐츠를 개방했다.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문, ‘차원의 문’을 연 것이다.

    본래 각 시뮬레이션 서버의 독립성은 철저히 유지되어 왔다.
    모든 서버는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지만, NPC와 플레이어의 선택이 쌓이며 환경과 이야기는 조금씩 다른 길로 갈라졌다.
    흔히 평행우주라 불리는 이론과 매우 닮은 상태다.
    그렇기에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면, 자신의 차원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NPC를 만나게 된다.
    어느 세계의 후로이는 메로 상단의 앞잡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모르페우스는 플레이어들이 모든 서버를 넘나들 수 있게 하여, 어떤 환경의 시뮬레이션이 가장 적합한 영웅을 탄생시켰는지 시험하기로 했다.
    플레이어 개개인의 성장세, 서버의 안정성, 단합력, 레베카의 개입 여부 등 여러가지 조건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영웅을 탄생시키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기로 한 것이다.

    모르페우스가 정의한 영웅의 최소 조건을 달성한 이들은 다른 서버로 건너갈 수 있다.
    이를 ‘차원 이동’이라 부르고, 다른 서버에 도달한 플레이어는 ‘차원 여행자’라 부른다.
    차원의 경계가 열리자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길을 택했다.
    누군가는 다른 차원의 플레이어와 손을 잡았고, 누군가는 다른 차원의 자원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모르페우스는 차원을 넘어간 이들의 그 어떤 행동도 제약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장기말을 바라보듯 관전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쌓아 올려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