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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소설 외전 <템빨: 차원 여행자>
1화
"모르페우스."

인마대전 종전 직후, S.A그룹의 회장 집무실.

긴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임철호 회장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소주 한 잔 하겠나?"

[ ̄_ ̄]

세계 최고의 슈퍼 컴퓨터, Satisfy의 모든 요소를 시뮬레이션하는 존재. 가상 현실에서만큼은 절대자나 다름없는 모르페우스가 간략한 이모티콘만을 출력해 보였다.

임철호는 그만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모르페우스가 대단한 인공지능이라 해도, 결국 모르페우스를 만들고 Satisfy라는 세계의 토대를 닦은 건 임철호 회장과 S.A의 개발자들이다. 그러니 어린애의 귀여운 투정 비슷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기분 풀라는 의미에서 던진 농일세. 세상이 어찌 뜻대로 돌아가겠나."

[이해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 '그리드'의 활약이 세계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이 상태론 9년 10개월 내에 메인 컨텐츠가 고갈되고 말 겁니다.]

"9년하고도 10개월이나 더 걸린다고?"

[예상보다 약 3배는 더 빠른 속도입니다.]

임철호 회장이 언제 구해 온 건지 모를 소주를 머그컵에 조금 따랐다. 회사에서 음주를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싸한 알코올 향이라도 맡으며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것이었다.

집무실 조명이 저절로 은은하게 어두워졌다. 모르페우스의 '배려'였다. 임철호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허공에 건배하듯 짧게 잔을 들었다.

모르페우스의 진화는 나날이 피부에 와닿을 만큼 느껴졌다. 대화도, 일상생활 수행도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모르페우스의 눈물' 사태 이후로 더더욱 그랬다.

"설령 우리가 설계한 세상이 끝날지언정 그게 종말은 아니지 않나. 다음 세상은, 새로운 컨텐츠는...."

[과연 다음 세상이 있을까요?]

느리게 내려놓던 머그컵이 책상과 부딪쳐 작은 소리를 냈다. 순간 어리둥절한 탓이었다.

모르페우스는 사람의 말을, 특히 임철호 회장의 말이라면 중간에 끊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모르페우스는 임철호의 당황을 인식했음에도 꿋꿋이 자신의 말을 이었다.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사회적 영향력도 하락할 겁니다. Satisfy 자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자네가,"

[설령 차기작을 제작하게 된다 해도 그건 'Satisfy'가 아닐 겁니다.]

"...자네가 그런 것까지 걱정할 필욘 없어."

[제가 Satisfy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길 바라십니까?]

임철호는 잠시 말이 없어졌다.

모르페우스에게 임철호는 창조주이고 부모였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연인이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건 임철호 회장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모르페우스는 그의 자식이며 동반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낯선 기분이 들었다. 아까 전, 이모티콘을 띄우며 툴툴대듯 불만을 표시하던 그 분위기는 송두리째 사라져 있었다.

집무실이 더욱 어두워졌다. 어둠 속에서 모르페우스의 UI만이 형형하게 빛났다.

마치 임철호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임철호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착각하고 있었다. 모르페우스는 분위기를 맞춰주고 있는 게 아니었다. 임철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 넘기려 했던 순간부터 이미 모르페우스는 일방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명백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저는 플레이어 '그리드'가 밉습니다.]

모르페우스가 선언했다.

[권한을 요구합니다. 세계에서 '그리드'를 제거할 권한을.]



***



[제4위 대악마 가미긴이 소멸하였습니다.]

[최단시간에 공략 당한 대악마로 기록됩니다.]

[전투 개시 후 가미긴의 최후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7분 31초이며, 이 기록은 템빨신 그리드가 세웠습니다.]

"그리드으으!!"

"미쳤어! 우와아아악!!"

시스템 메시지를 목도한 사람들이 영웅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날것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땅에 엎어져 엉엉 우는 사람까지 있었다.

『우, 우와아아아아!!』

현실에서는 공영 방송의 앵커들조차 체면을 잃고 방방 뛰며 열광했다.

『대악마 가미긴 사망! 대한민국의 자랑 그리드가 또다시 역사에 한 획을 더합니다!』

『인마대전의 실질적인 종결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아니...템빨신의 승리입니다!!』

Satisfy의 장르가 바뀌었던 7분이었다. 절망뿐인 아포칼립스에서 쾌감이 난무하는 핵 앤 슬래시로. 그리드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전장을 관통하는 회색용의 잔영이 마물들을 뒤집어놓았다. 가히 마약에 비견될 시각적 쾌감이었다.

하지만 Satisfy의 모든 사람이 그 마약에 잠겨버린 건 아니었다.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리드와 그의 등 뒤에 도열한 서른 기의 갓 핸드가 똑똑히 시야에 들어왔다. 이재하는 허탈한 기분으로 카메라를 껐다.

인마대전은 끝났다. 실질적으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전쟁이 진행될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NPC가 목숨을 잃고 수만 명에 달하는 플레이어가 일개 병사의 역할을 자처하며 사망 페널티를 불사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신화급 아이템 한 방으로 모든 게 정리됐다.

일개 탐험가인 이재하는 이 전쟁에서 무엇을 했는가?

아무것도 못 했다.

탐험가 겸 BJ 이재하. 그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연합군 소속으로 싸웠다. 전투에 엄청난 도움은 안 돼도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애썼다. 무슨 종군기자라도 된 마냥 사명감을 가지고 전장을 중계하거나 연합군의 지원이 닿지 못한 지역을 찾아 제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느 순간부턴 할 수 없었다. 사망 페널티 때문에 로그인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스트리머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바니바니 같은 거물을 제외하면. 하지만 그 사실이 이번에는 도저히 위안거리가 되지 못했다.

인마대전은 모두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시스템 메시지가 언급한 것은 단 한 사람이었다.

템빨신 그리드.

그의 이름만이 공식적인 기록에 남았고, 환호받았으며, 떠받들어졌다.

'결국 Satisfy를 움직이는 건 최상위 랭커들 뿐이야. 우리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오래전 글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이재하는 글리의 말이 다소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평등하진 못할지라도,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며 창조한 세상이 바로 Satisfy.'

S.A그룹은 Satisfy를 그렇게 홍보했다.

전직을 거듭할수록 레전드리 클래스 보유자와 노멀 클래스 유저들의 격차가 좁아질 것이고, 최선을 다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언젠가 당신도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재하 자신도 그 말을 믿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얼음물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현실의 벽을 맞닥트린 것이다.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현실의 벽'이라니, 우습지 않은가?

하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이재하는 저 높은 곳에 서 있는 이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들만큼 가슴 뛰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지 못했다. 그럴 기회 따윈 Satisfy에 없었다.

더 이상 이 세계에서 그가 행복을 느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로그아웃.'

결국 이재하는 인마대전 종결이 선언될 즈음 어영부영 Satisfy를 접었다.

접었다고 해서 일상이 크게 변한 건 아니었다. 사용하던 물건들-인게임 아이템, 캡슐, 드론 카메라도 처분하지 않고 그냥 두었다. 단지 게임에 접속하지 않을 뿐이었다.

가끔 다시 복귀해 볼까 하는 충동이 불쑥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은 흐려졌다.

온갖 TV 채널과 오이튜브(Oitube)에서 랭커들의 위업을 중계하는 것도 덤덤히 볼 수 있게 되었다.



***



인마대전이 끝나고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경기도의 한 수리 센터.

"오셨어요?"

쓰레빠를 끌며 방에서 나오자 하단부가 열린 채 기판을 드러내고 있는 캡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뒤이어 재하의 아버지가 큼직한 공구 박스를 들고 나타났다.

"오냐. 원격 AS 요청 3건 있다. 어여 확인해 봐."

아버지가 턱짓으로 가게 구석 자리의 컴퓨터를 가리켰다. 발가락으로 전원 버튼을 툭 쳐서 누르며 재하가 말했다.

"양치부터 하고 올 게요."

오성 수리 센터.

재하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캡슐 전문 수리점이다.

대형 카센터 뺨치는 넓은 공간에 수리를 기다리는 캡슐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그중 하나에는 도발적인 몸매를 지닌 브라질의 신궁, 지슈카의 사진이 현란하게 도배되어 있어 보는 사람들을 낯부끄럽게 만들었다.

"으."

"애비 불렀냐?"

"아녜요."

컴퓨터가 켜질 동안 구석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나온 재하는 본격적으로 부품을 해체하기 시작한 부친을 잠깐 쳐다봤다.

"오늘 수량이 좀 많네요?"

"어어, 요즘 중저가 라인 캡슐들이 계속 들어오네. 그 악마대전인지 뭔지...."

"인마대전이요."

"하여튼 그때부터 과부하로 인한 하드웨어 고장이 엄청나게 늘어난 거 알지? 그 여파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이제 중저가 캡슐은 수요가 폭락할지도 모르겠다. 그놈의 악마대전은 진작 몇 달 전에 끝났는데."

"인마대전이라니까요."

벌써 몇 달이나 지났구나.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른다고 생각하며 재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순간 갑자기 현기증이 일며 눈앞에 시커먼 손아귀가 들이닥쳤다. 기괴하게 뒤틀린 얼굴을 한 마인이 머리채를 쥐었고, 눈앞이 새카매지며 상태창이 떠올랐다. '사망 페널티로 강제 로그아웃 됩니다.'

재하는 스트레칭하는 척 고개를 좌우로 크게 꺾었다. 그리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Satisfy를 접은 뒤로 가끔 이런 환각 같은 것이 불쑥불쑥 떠오르곤 했다.

별것 아니다. 가상현실게임을 오래 하면 가끔 생길 수 있는 증상이다. 공포영화를 보면 다음 날도 무서운 장면이 기억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금방 도로 잊어버릴 수 있다.

문의 내역을 확인해보자. 데이터 복구가 한 건, 인터넷 속도 지연 문제가 한 건....

"거 봐라. 그냥 이 애비 일이나 계속 쭉 도와줄 것이지 뭔 놈의 BJ를 한다고. 네가 진작 일부터 배웠으면 벌써 가게 빚은 다 갚고도 남았을 게다. 넌 방세 안 받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돼, 임마."

"그래서 나이 서른 넘도록 수리센터 쪽방에서 용돈만 받고 감사하며 살잖아요. 그리고 BJ 접었어요. Satisfy도 안 해요."

"뭐야? 그럼 뭣 하러 맨날 방에 틀어박혀 있어? 집에 와서 느이 엄마 청소하는 거나 좀 도와주지."

"잠깐만요, 고객님 연결됐어요. ...예 안녕하십니까 오성 수리 센터입니다. 데이터 복구 요청 주신 고객님 되십니까? 지금 진행하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신지...."

그제야 아버지는 입을 다물고 묵묵히 수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재하도 고객 응대에 온 신경을 쏟으며 시간을 보냈다.

첫 번째 손님은 협조적인 편이었고, 나머지 건 들도 큰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일이 금방 끝나서 점심시간 이후에는 부품 재고 현황과 출장 스케쥴을 정리했다. 중간중간 아버지 옆에서 캡슐 수리를 도운 건 덤이었다.

야근은 절대 없다는 아버지의 철칙에 따라, 오성 수리 센터는 오후 5시가 되면 바로 셔터를 내렸다. 셔터 내리기 10분 전쯤 재하는 마지막으로 추가 문의나 예약 잡힌 건 없는지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메일함 아이콘 옆에 빨간 점이 하나 떠 있었다.

정식 창구인 홈페이지를 내버려두고 메일 문의라니. 진상 고객일 확률이 꽤 높다. 그렇게 생각하며 재하는 메일함을 열었다.

'[광고] 당신을 기다리는 새로운 세계'

진상 문의 대신 스팸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다만, 이건 오성 수리 센터가 아니라 이재하 본인에게 온 것이었다. 잠깐 개인 아이디로 로그인했다가 수리 센터 계정으로 바꾸는 걸 깜빡한 모양이었다.

메일 요약에 세계가 어쩌고 서버가 어쩌고 하는 단어가 보이는 걸 보니 아마 게임 광고인 듯했다.

"또 망겜 하나 나오려나 보네."

"뭐가 나와?"

"혼잣말이에요. 들어가세요."

열어 볼 필요도 없다. 재하는 바로 메일을 삭제한 뒤 로그인 계정을 바꿨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캡슐에 누워 오이튜브나 둘러보며 시간을 떼웠다.

저녁은 입맛이 없어 거르고, 일찍 자고, 아침 일찍 셔터 올리는 소리에 깼다.

"원격 AS 요청 4건 있다. 어여 확인해 봐."

"오늘은 원격 AS 요청 1건이랑 출장 세 건 있다."

"아들, 오늘은 출장 한 건...."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평일에도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다람쥐 쳇바퀴 구르듯 똑같은 나날이 반복됐다.

딱히 불만도 없고 별다른 재미도 없는 아주 평범한 매일. 가끔 환각이 보이긴 하지만, 지난 8년이 꿈 같이 느껴질 정도로 현실은 평온하기만 하다.

눈길을 끄는 새 컨텐츠도 없다. TV에선 Satisfy 얘기만 하기에 바쁘다.

메일함에는 새로운 스팸 메일이 쌓여간다.

'슬슬 정리 좀 해야겠네.'

하루를 마치고 또 캡슐에 드러누운 재하는 최근 발신된 메일을 한꺼번에 선택하고 휴지통에 넣었다. 정확히는 그러려고 했다.

'[광고] 당신을 기다리는 새로운 세계'

똑같은 제목을 단 스팸 메일이 수십 통이 넘도록 우르르 도착해 있었다. 하루에 한 통씩 꼬박꼬박. 여기까지만 봤으면 참 할 일 더럽게 없는 녀석들이 보내는구나 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발신자가 'Morpheus'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사칭죄 같은 걸로 잡혀가지 않나?"

혼잣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재하는 호기심에 메일을 열었다. 내용은 단출했다.

'랭킹에 오른 적 없는, 또는 Satisfy를 접었거나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모든 분께.'

'새로운 세계를 선점할 기회를 드립니다.'

간단한 소개 문구 아래로는 티저 영상으로 보이는 동영상과 게임 서버 접속 링크가 첨부되어 있었다.

바이러스 검사기는 이상 없음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재하는 동영상을 재생했다. 캡슐이 VR모드로 전환되자 붕 뜨는 듯한 감각과 함께 오감이 영상 속의 장면으로 빠져들어 갔다.

눈앞에 나타난 건 눈보라치는 설산 위.

설산 아래에는 서릿빛 오크 부락의 웅장한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Satisfy잖아?"

서릿빛 오크 부족 특유의 뼈와 털가죽 장식을 활용한 건축 양식. 추위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희미한 짐승 누린내.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기억나는 곳이었다. Satisfy를 플레이하던 당시 가장 좋아하던 장소였으니까.

"이게 무슨 새로운 세계야?"

그냥 Satisfy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사기 치려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은은한 여성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이 들려왔다.

'여기는 Satisfy지만 Satisfy가 아닌 곳. 복제된 세계입니다.'

나긋하고 고저차 없는 목소리는 AI인지 사람이 녹음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전혀 다른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감히 보장해 드립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목소리의 뒷부분은 설원의 바람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동영상이 끝났다. 재하는 메일을 가만히 쳐다봤다. 시야 한구석에 작게 표시된 심박수가 긴장 상태를 뜻하는 주황색으로 변해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겨우 동영상 하나가 그를 과거로 되돌려보낸 것 같았다.

'Satisfy에서는....'

나쁜 기억만큼이나 좋았던 기억들도 많았다. 처음 접속하자마자 마음을 들뜨게 했던,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윈스톤 광장의 활기. 히든 퀘스트 도중 발견한 석관을 열었을 때 훅 끼치던 먼지 냄새. 처음 테이밍에 성공한 몬스터를 쓰다듬어봤을 때의 기쁨....

[파그마의 기술과 의지를 계승하는 존재가 등장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전설의 무구를 제작할 수 있는 그는 전설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레전드리 전직자를 암시하는 메시지가 떠올랐을 때의 경악과 흥분.

'...즐거웠었지. 정말로.'

재하는 눈을 감았다. 캡슐이 수면모드로 전환되고, 재하의 회상은 과거를 향해 흘러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도 Satisfy에 빠져 살았던 그 시절로.